트렁크의 원작과 제작 배경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 또 하나의 화제작, **<트렁크>**가 드디어 공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김려령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요, 김려령 작가는 <완득이>와 <우아한 거짓말>을 통해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원작 자체는 다소 난해한 부분도 있었지만, 드라마로 각색되며 이러한 난해함은 줄이고 의미는 더욱 깊게 살렸다고 합니다. 박은영 작가가 각본을 맡고, <우리들의 블루스>, <괜찮아, 사랑이야>의 김규태 감독이 연출을 맡아 총 8부작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서현진과 공유의 케미, 기대 이상의 조화
저 같은 경우, <트렁크>를 기대했던 이유 중 하나는 서현진과 공유라는 캐스팅이었습니다. 로맨스 장르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였던 두 배우가 처음으로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되었는데요, 그들의 연기는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특히 1~4화를 시청한 후 느낀 점은, 두 배우가 정말 작품을 이끌어가는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들이 아니었다면, 드라마는 단순히 화려한 외향만 지닌 일일 드라마 같은 느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몇몇 중요한 순간에 등장하는 음악이 분위기를 다소 깬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스토리의 전환점에서 나와야 할 집중감을 오히려 흐트러뜨리는 경우도 있어서 아쉬웠습니다.
트렁크의 줄거리 - 결혼과 기간제 계약의 의미
**<트렁크>**는 결혼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에 대해 고찰하게 만드는 독특한 설정을 가진 드라마입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결혼매칭업체 NH가 '기간제 결혼'이라는 독특한 사업을 운영합니다. 고객과 1년 단위로 계약 결혼을 맺는 방식인데, 이 사업의 배경은 바로 결혼이라는 제도의 근본적인 물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100년이 넘는 긴 인생 동안 한 사람과 계속 함께 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 이 사업은 장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결혼 방식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이 사업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입니다. 결혼의 영속성을 부정하고, 결혼 서약을 어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배경에서, 드라마는 서현진이 연기하는 노인지와 공유가 맡은 한정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이들은 각각 큰 상처와 아픔을 안고 있는 인물들로, 서로의 결핍과 고통을 공유하며 기묘한 관계 속에 놓이게 됩니다.
노인지와 한정원의 아픔, 그리고 가족의 그림자
드라마 속 노인지는 NH 소속 직원으로 네 번째 결혼을 마치고 다섯 번째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차가워 보이고 이성적이며, 메뉴얼대로 움직이는 듯한 그녀의 내면에는 깊은 슬픔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과거 어머니 때문에 약혼자를 잃은 상처를 가진 노인지는 이후 결혼을 지속해서 기간제로만 하고 있으며, 마치 영원히 지속되는 관계는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한편, 한정원은 영화음악 프로듀서로, 대저택에서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고 있지만, 과거의 참혹한 경험으로 인해 깊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의 부모가 남긴 상처는 여전히 그의 삶을 지배하고 있으며, 인지와 정원 모두 과거의 아픔으로 인해 현재의 삶에서 행복을 찾기 힘들어하는 모습입니다. 부모의 영향력이 현재까지 미치는 이들의 모습은 결혼과 가족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이서연의 등장
이서연이라는 인물은 정원의 전처로, 오랜 시간 그와 알고 지내며 정원에게 강한 통제력을 행사하는 존재입니다. 이서연은 정원과 인지의 기간제 결혼을 질투하며, 그들을 감시하는 새로운 장치를 설치하는데요, 이는 정원의 과거를 상징하는 샹들리에와 대조되는 장치로 드라마에 등장합니다. 이서연은 정원과의 결혼 생활에서 아픔을 겪었고, 이를 통해 정원에게 일종의 벌을 내리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서연의 행동은 때때로 과장된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드라마는 이서연의 등장으로 극적인 긴장감을 더하려고 하지만, 아침드라마 같은 느낌을 줄 때가 많아 오히려 분위기를 해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좀 더 섬세하게 캐릭터를 표현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트렁크, 미스터리와 로맨스의 조화는?
드라마 **<트렁크>**는 로맨스와 미스터리를 동시에 담아내고자 했지만, 두 장르가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이 강했습니다. 특히 후반부로 가면서 트렁크와 관련된 미스터리는 스토리의 핵심이라기보다는 부수적인 요소처럼 다뤄지는데요, 주인공들이 트렁크와 관련된 조사를 받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 트렁크는 인지의 소유로 밝혀지며, 처음에는 시체 없이 발견되었다가 나중에 엄태성이라는 스토커의 시체가 함께 발견되면서 미스터리가 시작됩니다.
그러나 이 미스터리는 네 명의 주인공 중 누구와도 크게 관련이 없는 듯한 전개로 인해 긴장감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인공들의 감정선이 완전히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는 느낌이 강해, 오히려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결론은...?
공식예고편 클릭 👇
https://www.youtube.com/watch?v=jYVnmLv9sgM
<트렁크>는 두 주연배우의 강력한 연기력으로 작품을 유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한데요, 차라리 회차를 4부작 정도로 줄여서 주요 인물들 간의 관계와 트렁크의 미스터리 요소만 집중적으로 다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현재로서는 드라마의 전개와 캐릭터 설정 모두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드라마 <트렁크>의 나머지 이야기와 결말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과연 서현진과 공유가 연기하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그리고 미스터리한 트렁크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지 기대가 됩니다